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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w from/Book-Memo

[북메모] 수학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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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언가를 외면하는 사람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느꼈던 내 인생에 대한 '불만족'이야말로 나를 '다른 곳'으로 이끄는 동력이었다. 
'지금'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변하지 못한다.

개발자들은 설명할 수 없는 자기만의 기호가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잘'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사실은, '그것'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엑셀이 뭐지?'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은 '호기심'의 발현이고, 이제 그것을 잘안다는 것은 이미 그것이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의 1년은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내게 가르쳐 주었다. 그건 '답은 언젠가는 나온다'는 교훈이었다.

답을 찾기 위해서 필요했던 건 물어볼 사람, 좋은 자료,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직하고 유지하려는 나의 마음가짐이었던 것이다.

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
인일능지 기백지 인십능지 기천지
果能此道矣 雖愚必明 雖柔必强
과능차도의 수우필명 수유필강

남이 한번에 할 수 있다면 나는 백번을 하며
남이 열번에 할 수 있다면 나는 천번을 하여야 한다.

과연 이 도에 능하다면 어리석다 하더라도 반드시 현명해질것이며
유약하다 하더라도 반드시 강해질 것이다.

- 중용 20장


이제 막 컴퓨터와 코딩에 입문한 '어리석은' 나는 오로지 '이해가 될 때까지 물어본다'는 정신으로 공부했다. 비록 어리석었지만, 결국 답을 찾았고, 답을 찾고 나서는, 더이상 어리석은 사람이지 않았다.

그런 현장에서 개발자로 버틴다는 것은 단지 개발능력과 별개의 '인간적 능력(성실성이나 인내심 같은)'을 반드시 요구한다. 언어를 잘 알고, 알고리즘을 잘 알고, 플랫폼을 잘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능력들이 요구되는 환경이 바로 SI인 것이다.

컴퓨터는 실수를 다루기보단 이산수를 다루기로 했다. 컴퓨터를 만든 우리의 선배 인류들은 이렇게 컴퓨터의 한계에서 컴퓨터의 위대성을 정의했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컴퓨터의 연산은 그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에 위대한 기계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