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편안할 수 있는 관계의 종류와 너비는 다르다. 어떤 관계에서 물 흐르듯 섞이지 못한다면 기름방울인 채로 살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정체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기 위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자율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독일말로 ‘슈필라움(Spielraum)’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슈필라움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사람에게 실망했을 때나 일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땐 ‘그러려니’ 넘기기도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땐 ‘아님 말고’라는 방패를 준비해 두자.
나 역시 속해 있는 관계 속에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면 도무지 납득되지 않던 관계까지도 조금은 아량 있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진정한 자존감은 비교를 통한 상대적 만족감이 아닌 절대적인 자기 인정으로 얻을 수 있다. 이를 잊지 않는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교 없는 위로와 불안 없는 축하를 건넬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언제든 신념과 입장을 바꿀 수 있고, 누구도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아닌 ‘관계’를 더 믿는다
‘좋은 사람’이라는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며 인간관계를 맺는 건 하등 쓸모없는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모두와 잘 지내려 하기 전에 나 자신과 잘 지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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